주식 시장에서 엔비디아(NVIDIA)의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엔비디아의 이러한 추세는 엔비디아 대표 제품인 H100의 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전세계 화두인 생성형 AI의 핵심은 H100이라고 하는 슈퍼컴퓨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입니다. GPU란 방대한 데이터를 병렬로 빠르게 처리해 내면서 생성형 AI를 가능하게 합니다. 만약 GPU가 없다면 결과물을 얻는데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H100은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입니다. 가로 268mm, 세로 111mm 무게는 1,690g 입니다. 엔비디아의 이 칩의 시세가 최근 개당 4만 달러(약 5천 2백만원)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 가격은 1g에 약 24달러로, 금값의 40%에 가까운 가격입니다. 경쟁사가 생산하는 대체재인 AMD칩 가격보다 H100은 약 4배 정도 비쌉니다.
엔비디아의 H100이 이렇게 높은 몸값을 가진 이유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능 덕분입니다. 생성형 AI는 데이터의 처리 속도가 생명입니다. 짧은 시간 내에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주는 엔비디아의 H100를 구입하기 위해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이유도 이 속도 때문입니다. 지난해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은 92% 였습니다. 2위인 AMD의 점유율은 3%입니다.
이 H100 덕택에 엔비디아의 실적과 주가는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미국 골드러시 때 정작 돈을 가장 많이 번 회사는 금광을 캐던 광부들에게 청바지를 팔던 청바지 회사라고 합니다. 생성형 AI를 다루는 기업들이 필사적으로 경쟁하는 동안 청바지를 팔듯 GPU를 파는 엔비디아가 지속적으로 돈을 벌게 될 것 같습니다.
엔비디아에 올라타기에는 지금의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고, 그렇다면 청바지 업체에 지퍼를 공급하던 기업을 찾아내는 건 어떨까요. GPU에 꼭 탑재되어야 하는 반도체 HDM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HBM은 무엇인지, 시장 점유율은 어떠한지, 변화의 조짐과 전망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GPU에 탑재되는 HBM
HBM(High Bandwidth Memory)은 고대역폭메모리라고 하는데, 반도체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서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메모리 반도체를 말합니다. 현재 주력은 4세대인 HBM3이지만, 올해 5세대인 HBM3E가 본격적으로 탑재될 예정입니다. HBM3E는 고화질 영화 230편을 단 1초만에 처리할 수 있는 속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HBM 시장 점유율
HBM은 AI 칩에 사용되는 GPU에 탑재되는데, 엔비디아의 GPU 수요가 폭등하면서 HBM의 수요도 덩달아 뛰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HBM 시장에서 마켓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1위(50%), 삼성전자가 2위(40%),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이 3위(10%)로 삼파전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은 2024년 전망치로 보면 3위인 마이크론은 약 4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한참 못미치는 10% 수준입니다.
시장 점유율 뿐만 아니라, 기술면에서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5세대 HBM인 HBM3E 생산에 앞서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023년 10월에는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HBM3E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HBM 시장의 변화 조짐
HBM 시장에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 3위의 마이크론이 최근 HBM3E를 대량 생산한다고 발표 했습니다. 급증하는 HBM3E 의 수요에 대응하고자 4세대 제품인 HBM3를 건너 뛰고 5세대로 직행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마이크론은 2분기에 출시될 엘비디아 H200에 자사의 HBM3E가 탑재될 것이라고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주요 업체입니다. 3월부터 5세대 제품인 HBM3E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세대 제품인 HBM3도 이미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한 바가 있습니다. 실적 개선의 바람을 타고 SK하이닉스의 주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올해 HBM의 설비 투자를 2.5배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도 함께 오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HBM 시장 전망
AI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이상, HBM에 대한 수요 역시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금광을 캐던 시기에 현금을 벌어들인 청바지 업체의 뒤에는 아마 청바지 업체에 지퍼와 단추를 공급하던 기업이 있었을 겁니다.
엔비디아의 GPU와 짝꿍인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HBM에 대한 관심도 함께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